제가 어느 경북 영양군의 한 마을에서 눈높이 선생님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. 영화<선생 김봉두>처럼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정겨운 시골 분위기의 마을이었는데요. 가정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을 만나니 회원,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따뜻함을 느낄 새가 더 많았죠.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합니다.
제가 담당한 회원들은 학부모님이 농사일로 바쁘셔서 아이들 공부에 신경을 잘 못 쓰는 분위기였습니다. 그중 사연의 주인공 민환이 또한 비슷했는데요. 소규모로 농사짓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는 아이였습니다.
농사일로 바쁘신 민환이 아버님은 비가 오거나 가끔 일을 쉬실 때만 뵐 수 있었습니다. 이 날은 비도 안 내리고 바쁘실 시간인데 댁에 계시더라고요. 수업을 마치고 집을 나서려 할 때 아버님께서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.
그러더니 집 안으로 뛰어가시더군요. 얼떨떨한 채로 아버님께서 시키신 대로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습니다. 곧이어 아버님께서 주방에서 버선발로 나오셨는데요. 손에는 박스에 뭔가가 들려 있었습니다!